toice's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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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주 평화롭게 집에서 샌드위치에 넣을 닭가슴살을 굽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방송이 나왔다.

"(민방위 소리와 같은 소리 30초) 본 건물에 화재가 발생했으니 비상구로 긴급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약 5회 반복)"

엇 이거 뭐야.. 애들 장난이거나 오작동이면 보통 띠리리리리링~ 소리만 줄기차게 나는데 안내방송으로 나오길래 깜짝 놀랐다. 일단 내 판단은 아파트 자체가 큰 건물이므로 어느 한 세대에서 불이 났으면 요 근처 세대라면 탄냄새가 나거나 연기가 창밖으로 보일텐데 안보이니 일단은 머니까 어느정도 여유시간은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한 핸동은..
  1. 닭 가슴살 뒤집기 (새로운 면이 익는 동안 다른 행동을 하려고;;)
  2. 밖에 나갈 옷차림하기 (입고 있던건 펑퍼짐한 티셔츠와 군 여름 활동복 하의)
  3. 닭 가슴살 확인
  4. 지갑, 휴대폰, 아이팟터치, USB, 열쇠 챙기기 (USB가 아니라 외장하드를 챙겼어야 했는데 순간 혼동했다)
  5. 닭 가슴살 확인 후 뒤집어놓고 불 낮추기
  6. 창 밖 확인 (사람들이 우루루 나간게 보였으나 연기나는 곳이 안보였다)

일단 반신반의 했기 때문에 그렇게 가스렌지 불을 켜놓고 끄면 나갈 수 있는 상태로 해놓은 후 닭가슴살을 마저 굽고 있었다. 그런데 방송이 또 나오는 것이다. 이번엔 현관을 나서 엘레베이터 쪽 창문까지 가봤다. 오히려 밖에 사람들은 줄어든 상태.

일단 이거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경비실에 인터폰 했더니 죽어도 안받고, 그냥 아니겠거니 계속 닭가슴살 굽고 있었는데 방송이 나왔다.

"한 세대에서 공사중에 스위치를 잘 못 건드려 일어난 사고입니다. 아무 문제 없으니 걱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럴 줄 알았지만 왠지 허무했고 위험한 짓이었지만 결과적으론 잘 판단하고 닭가슴살을 포기하지 않은 내가 자랑스러웠다(자랑스러워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내 주머니에 USB를 보고 좌절했다. USB가 아니라면 잘 챙긴 것 같고 그것 말고 무엇을 더 챙겼어야 할까 생각해봤는데 사진 앨범 모두는 아니더라도 일부는 챙겨가지고 나갔어야 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집에 소중하게 생각하는 물건이 이것밖에 없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면서 뭔지 모르게 허무한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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