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없이 방향을 잃어본 경험
지난 달에 이직한지 3개월반만에 신규입사자 교육에 다녀왔다. 3일간이었는데 그 중 이틀은 합숙이었다. 프로그램 중에 조별로 회사의 광고를 찍는게 있었는데 일부러 전혀 다른 부서에서 온 사람들로 조를 짜놓았는데 사실 이런거야 이전 회사에서 벨류 활동이라고 비슷하게 해본 경험이 있어서 낯설지는 않았다.
나이, 직급, 부서를 골고루해서 내가 속해 있던 조는 과장 1명, 대리 2명, 사원 3명으로 되어 있었고 같은 부서였다면 당연히 과장님이 리드를 했겠지만 대리님 중 한분이 나이도 가장 많고(많은 차이는 아니지만) 입사한지도 제일 오래되서 조장을 하게됐다. 다른 프로그램을 할 때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광고 촬영의 기본적인 교육 후 짬짬히 알아서 작업해야하고 정답이 없는 창의적인 결과물을 내야하는 광고 촬영의 특성상 이 프로그램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리더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끼는 시간이 되었다.
직급, 경력, 입사시기는 다 다르지만 같은 신규입사자 신분이라 당연히 서로를 존중하고 처음에는 어떤 의견을 내야할지 서로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하지 못했고 내용이 전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대놓고 말하지 못했다. 자신의 의견을 냄으로써 그 앞 의견을 묻히게 하는 것이 최선이었는데 문제는 이것이 처음 아이디어 단계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정작 촬영을 하고, 편집을 하는 단계에서도 확실하게 리드하는 사람 없이 서로 의견이 분분하여 처음과 다른 방향으로 바뀌어지기 십상에 방향을 다시 돌려놔도 처음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
의외로 이런 활동에 리드를 하고 싶어하는 성향이지만 (그것보다 더 정확한 내 성향은) 나까지 나서는건 너무 분분할 것 같고, 이 프로그램을 준비한 분들껜 미안하지만 그렇게 주장을 펴서 할만큼 중요한 과정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처음 아이디어 단계 이후에는 상황을 지켜보며 의견에 따랐는데 그러자 결국엔 이게 어떻게 바뀌고 어떤 목적으로 이렇게 하고 있는건질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계속적으로 내용이 바뀌는 걸 볼 수 있었다. 촬영 도중에도 바뀌니 결국 캐치하지 못하는 내용이 많았고 중반으로 갈수록 참여도가 떨어지는 것 같아 편집에서 기여하려던 내 마음과는 다르게 정작 편집에서는 이게 뭘 의도하고 어떤 메시지를 담으려는건지 몰라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했다. 그런데 비단 이게 내 문제가 아니라 이후 감독님이 와서 의견을 내자 편집이 또 바뀌는 것을 보고 어떤 분명한 선이 없이 진행된, 확실한 리더와 방향이 없는 조직의 모습이 확연히 보였다. 당연히 결과도 썩 좋지 못했다.
내 개인적으로는 감독님의 간섭(?)내용이 분명히 오랜 경험과 전문성으로 질적으로 좋긴 했지만 이후 재편집할 시간도 부족했고 분분했지만 계속 함께한 사람들의 공감대(?)로 촬영한 내용을 또 다시 바꿈으로써 오히려 이전보다 메시지나 완성도에서 아쉬운 결과가 됐다고 생각한다.
비전, 리더십 등을 귀찮을만큼 강조하던 회사에 다녔던 탓도 있고 세월호 선장에 LG트윈스 김기태 감독 등 리더와 리더십에 대해서 생각이 많았던 요즘이라 결과와 상관없이 좋은 경험을 한듯하다.
기억에 또 남는게 시설이 참 마음에 들었던 파주에 있는 우리연수원. 기대 이상으로 너무 좋아서 다들 유쾌하게 교육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밤늦게까지 잔뜩 술 마시다 술김에 탁구치고선 잔뜩 술 올라 비전 율동 짰던 기억도 오래 남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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