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ice's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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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생각해보면 LG팬인 제가 SK를 싫어할 이유는 없습니다. 예전에 삼성(aka 돈성)을 싫어했던 것처럼 여기저기서 선수를 돈으로 뺏아간 것도 아니고 오히려 병신 LG프런트가 팬들이 아끼는 선수를 내칠 때 받아준, 어쩌면 고마운 구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SK를 왜 안좋아하게 되었을까요?

김SK식 이기기만 하면 되는 야구


한마디로 이기는 야구만 추구해서 재미없다고 했기 때문에 SK팬들은 이기는 경기를 보는 우리는 재밌다, 너네도 이기면 재밌을거다라고 이야기하곤 하는데 이건 짧게 줄여서 이야기했기 때문에 생긴 오해일겁니다. 이미 지나간 이야기이기 때문에 선수 실명을 다시 언급할 필요는 없겠지만 도루하는 상대 선수를 스파이크로 막는 수비방식이나 빈볼을 던지고도 투수가 먼저 뭐? 뭐? 하면서 마운드에서 내려가 타자를 도발하거나 상대 타자가 공에 맞았을때 고개를 숙이고 상대 타자에게 사과하는 것은 상대팀에게 분위기를 내줄 수 있다고 가르치는 김성근식 이기는 야구가 야구팬에게 '명승부'를 보여준다기 보다는 다 필요없고 '이기기만 하면 되는 야구'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LG시절에는 같은 팀내에서도 투수와 야수들이 친하게 지내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사실 이 경우들은 매우 극단적인 예이고 현재 SK에 그런 선수가 있거나 그런식으로 수비 하는 선수가 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의 SK야구는 줄창 이야기하는 즐길 수 있는 스포테인먼트가 아니라 이렇게까지 했던(또는 이야기됐던) 김성근식 이기는 야구에 기본을 두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SK팬이 아니고서야 야구를 즐기고 싶은 나머지 구단의 야구팬들은 SK 야구에 흥미가 없는겁니다. 실제로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까지 매경기 명승부를 연출하며 야구 이야기로 가득차던 제 트위터 타임라인에는 한국시리즈 이야기가 거의 없더군요. 또 하나 문학구장에는 들어차는 SK팬들이 다른지역 구장에는 왜 없을까요? 어차피 인천이라 서울 사는 사람들도 전부 문학구장으로 홈경기에 간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역 연고가 아니고서야 야구 자체만으로 SK야구는 재미없기 때문입니다. 김SK식 야구는 내용보다 결과, 명승부의 과정보다 단지 이기는 결과 야구이기 때문입니다.

야구의 神, 김성근 감독


그러나 분명한 것은 김성근 감독이 명장임은 틀림이 없다는겁니다. 투구 동작에서 조금의 흐트러짐만 있어도 캐치하여 교체하거나 선수 개개인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타격자세를 만든다거나 하나부터 열까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야구의 신임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SK 선수들에게는 훈련을 지독히도 많이 시켰지만 실력 향상으로 돈과 명예를 안겨준 고마운 스승일겁니다. 얼마전 LG에서 SK로 이적한 안치용선수도 왜 진작 이렇게 훈련을 안했을까 후회된다는 말을 했었지요.

다만, 야구의 신인 김성근 감독은 그동안 항상 약한 팀을 맡아왔기 때문에 언제 역전당할지 모르고 잘하는 선수 언제 팔려나갈지 모르는 그런 불안함속에서 감독 생활을 한 경험들이 누적되어 지금처럼 조금의 방심도 할 수 없고 오로지 이기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 이기기만 하면 되는 야구를 만들었을겁니다. 이런 야구 스타일이 바뀌길 바라는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사실 너무 이기는 야구만 하지 말라라고 말하는거 정말 웃긴 이야기입니다.

사실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번 한국 시리즈도 결국 SK가 우승했습니다(이 글은 10/19 점심시간에 미리 쓰지만 오늘로 끝날거라 확신합니다). 김재현 선수에게 LG팬으로써 감정이입 그만하고 싶었습니다. 그래도 오랜 LG팬이라면 어쩔 수 없는 김재현 선수에 대한 그리움이 있을겁니다. 단지 김재현 선수가 LG에서 프랜차이즈 스타였기 때문이 아니라 그 당시 그렇게 보낼 수 밖에 없었던 미안함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SK에서 은퇴를 하게 된것이 LG팬으로써는 참 아쉽지만 김재현 선수가 이렇게 강한 김성근의 SK에 있어서 선수 생활의 마무리를 우승과 함께 하는 것에 진심으로 기쁘고 감사합니다. 축하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비록 제가 김SK야구는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그것또한 이길 수 있는, 명승부를 할 수 있는 팀이 2011년에는 나오길 기대해봅니다.

p.s 이제 정말 어릴적 선수들이 다 추억으로 가는군요. 이제 이종범 선수 정도 남은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