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ice's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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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나가기전 양치질 하고 있는데 화장실에 가운데손가락(;)만한 벌레가 있는겁니다. 양치질하다가 기겁해서 치약 다 뱉을뻔했습니다. 빛의 사각지대에 있어서 어두워 벌렌줄 알았는데 자세히보니까 초록색이더군요. 얼핏 방아깨비 같길래, 양치질 할거 다하고 이게 어떻게 들어온거지 이러면서 손에 딱 잡았는데 내가 예상한 방아깨비의 머리완 달리 머리가 뭉뚝한겁니다. 제대로 기겁을 하고 얼른 놔버렸습니다. 메뚜기였던겁니다. 그렇게 큰 메뚜기는 처음봤어요, 방아깨비는 그만한것들도 많아서 크기만 보고 대충 방아깨빈줄 알았던것 같습니다. 저는 메뚜기가 진짜 싫습니다. 방아깨비는 어렸을때 할머니산소라던가 접할일이 많았는데(방아찍게 한다던지 놀거리도 많고) 메뚜기는 어렸을때부터 별로 접할일이 없었어요. 잠자리,매미,방아깨비,사마귀 뭐 이런건 괜찮은데 메뚜기는 정말 싫어합니다.

아무튼 이제 어떻게 할것인가 고민했습니다. 그냥 나갈까, 하지만 집에 들어왔는데 혹시 내방으로 메뚜기가 들어와있으면 오늘 잠은 다 잔거다, 술을 왕창 먹고 들어올까. 할아버지한테 말씀드려서 잡아달라고 할까, 내일 모레 제대하는놈이 그러냐고 뭐라고 그러실거야. 지금 나가는중인데 집에 이상한 벌레 있는것 같더라고 아버지가 어떻게좀 해보시라고 전화할까, 그렇지만 잡아놓고 메뚜긴게 확인되면 파장이 클거야 한 일주일은 말씀하시겠지. 결국은 잡기로 해습니다. 처음에는 할아버지의 낚시하실때 쓰는 뜰채를 들고와서 잡으려고 했습니다만, 아래서 위로 뜨는 형식의 뜰채는 그놈을 잡기엔 역부족이었고, 파리채를 이용했습니다. 너무 세게 치면 터진다는 생각을 하고 최대한 차분한 마음을 유지하며 그녀석을 잡기 시작했습니다. 화장실에 계속 있었으면 금방 잡았을텐데 이미 제가 기겁하며 탈출시켰기 때문에 꽤 힘들었습니다. 메뚜기는 점프가 아니고 단지 나는 간격이 짧은것 같더군요. 정말 멀리까지 갑니다. 그녀석이 제 방향으로 날라올때는 또 기겁하면서 잡았습니다. 별로 덥지도 않은데 땀까지 흘리면서요. 결국은 2번 탁쳐서(처음엔 너무 살살 쳤는지 또 움직이더군요;) 죽었는지 기절했는지 얼른 휴지겹쳐서(;)잡고 변기에 넣고 물 두번-_-내렸습니다. 후련함보다는 공포와 싸워 이긴 안도감이랄까, 그런게 있더군요.

제가 북적북적 가끔 기겁하기도 하며 뭐 하고 있으니까 할아버지도 보고 계셨나봅니다. 휴지 뜯어서 메뚜기 감싸는 절 보시더니,

"에이 원, 이래서 애들은 시골에서 살아봐야 한다니까 쯧..."

아니 보고 계셨으면 도와주셨어야죠..; 만나기로 한 친구는 네이트온에 먼저 교보 가있을게 라고 한시간 좀 안되는 시간전에 써놓고 오프라인 했더군요. 만나는 장소가 서점 아니었으면 무지 미안할뻔했습니다. 후.. 메뚜기는 아마, 할아버지가 그제 낚시 갔다오시면서 덩달아 같이 온 녀석 같습니다. 낚시가방에 들어갔던지 해서요. 계속 쯧쯧 하시길래 아마 할아버지 통해서 온것 같다고 궁시렁댔더니; 더이상 안그러십니다. 아 정말 정말 메뚜기 다시 안봤으면 좋겠습니다. 간혹 이쁘장하게 생긴 작고 귀여운것도 있지만, 그래도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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